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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교육
윤중리 소설가/전 고등학교 교사
2012년 02월 06일(월) 16:51 [경산신문]
 
도화선이란 게 있다. 여기에다 불을 댕기면 화약으로 옮겨 붙고 드디어는 폭발이 일어난다. 얼마 전에 죽은 한 중학생은 도화선이었다. 교육이라는 화약고에다 불을 댕겨 온 나라가 폭발했다. 젊은 생명이 아깝기도 하고, 죽을 각오를 했다면 죽지 않고서도 세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기도 했다. 죽은 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쨌든 그가 던진 하나의 목숨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 교육의 문제를 각성시켜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나의 개념을 가장 간단명료하게 정의해 주는 것은 국어사전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국어사전을 펴서 ‘교육’이란 단어를 찾아보았다. 지식을 가르치고 품성과 체력을 기름. 거기에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걸 평소에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지(知), 덕(德), 체(體). 이 세 가지를 가르치고 기르고 닦는 것이 바로 교육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고, 지덕체라는 게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교육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아직도 혼미한 골목에서 헤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재직하던 학교의 교표는 정삼각형과 원이 겹쳐 있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 교표는 내가 창안한 것은 아니지만 만든 직후에 그 의미를 해석하는 자리에 내가 동참한 일이 있다. 우선 정삼각형에는 똑 같은 크기의 변 세 개와 역시 똑 같은 크기의 각 세 개가 있다. 세 개의 변은 교육의 주체를 의미한다. 누가 가르쳐야 하는가? 가정과 학교와 사회다. 그 중 밑변이 가정이다. 가정교육이 모든 교육의 바탕이란 말이다. 물론 다른 두 변은 학교와 사회다. 세 개의 각은 교육의 내용이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지식과 덕성과 체력(건강)이다. 원은 이런 교육의 결과다. 모나지 않고 원만한 인격의 인간을 의미한다. 삼각형은 모난 것이지만 그 모난 것이 둥근 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교육의 신비한 힘이 있다.

오늘날은 산업사회를 지나서 기술과 정보의 시대를 달려가고 있다. 교육의 문제도 그만치 변했고, 여러 가지 새로운 개념들이 보태어졌다. 그러나 교육의 뿌리는 아직도 여기에 박혀 있다.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한 시간에 십만 팔천 리를 달려도 부처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듯이,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교육은 이 범주 안에 있는 것이다.

교육은 결국 한 인간을 온전한 인격체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또 그 인격체로 하여금 아름답고 보람 있는 삶을 살게 하려는 것이다. 삶을 위한 교육. 모든 교육 주체와 객체, 교육자와 피교육자들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사회에도 사기꾼이 넘치고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인은 나라 걱정은 뒷전이고 권력 다툼에만 골몰하고 있다. 교육이 바라는 세계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왜 그런가? 여러 가지 교육 요소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이 결핍되거나 비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걸 찾아서 채우고 고치고 바루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는 교육에 대한 온갖 담론과 행동들도 그러기 위한 몸부림이라 할 것이다.

경산신문에서 귀한 지면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독자를 감동시키고 얽히고설킨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주나 힘이 내겐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초대에 응했다. 먼저 고마움 때문이었고, 다음에는 나의 오랜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이 혹시 이런 문제에 조그만 모티브라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건방진 생각 때문이다. 나는 교육 이론가도 학자도 아니다. 다만 전직 교사일 뿐이다. 교육문제에 대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소박하게 쓸 생각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글이 명산에 보존되기를 바라지는 못하나 간장 항아리 뚜껑으로 버려지지는 않기를 바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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