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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
2012년 11월 19일(월) 11:09 [경산신문]
 
세상사의 중심에는 사람이 서 있다. 세상에 사람은 많고, 그 삶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 악인도 있고 성인도 있다. 졸부도 있고 영웅도 있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을 보라. 이 나라 이 땅이 인간의 세상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기도 하고, 치정 때문에 정부와 공모하여 남편을 살해하는 여자도 있다. 간첩이었던 사람이 우리나라의 장군을 조사하기도 하고, 법을 위반한 사람이 법 만드는 국회의원이 되기도 한다. 소외와 폭력에 시달리던 아이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제자가 스승을 폭행하기도 한다.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데도 공장에선 일손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나주배는 나주에서 생산된 배가 아니라 상자에 나주배라고 적어 놓은 배이고, 한우는 한국에서 나서 자란 소가 아니라 한국인이 먹는 소라는 말도 있다. 국론은 극과 극으로 양분되고, 끝도 없는 정치판의 싸움은 진흙밭에서 뭣 싸우는 꼴이다.
다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정도만 얘기해도 이 나라의 형편이 어떤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 동방의 등촉이라고 칭송되던 이 나라가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는가? 물론 여러 가지의 원인이 복합되어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을 잘못 길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참되고 옳은 것, 모두를 위한 질서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편협한 이기심만 키워주고 있다. 자식을 통한 욕심을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강변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들게 되면 지금부터는 공적인 교육이 시작된다. 그런데 가정에서 각인이 잘못된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는 매우 힘이 든다. 이미 입력된 것들이 너무나 강력한 힘으로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가치를 주입시킬 여유가 없다. 고등학생이 되면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다. 그들의 가치는 어떤 특정한 분야로 밀집해 있다. 질서니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은 이미 그들에겐 허접쓰레기에 불과하다. 오직 그들의 뇌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높은 점수와 명성 있는 대학, 그리고 그 후의 수입 좋은 직장과 안일과 행복, 그것들뿐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전문 기관이다. 마땅히 교육에 대한 커다란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교육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게 과연 교육인가 싶은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이 비교육적인 교육.
시대는 변한다. 사람은 그 변화에 적응해 가야하고, 그 변화를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변화라는 것의 주체는 역시 사람이다. 시대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시대를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시대를 바꾸어 가는 것은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그런 점에서 변화와 적응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시대의 특수한 가치가 인정받아야 하듯이, 어느 시대라도 의미를 지니는 보편적인 가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 날 주위를 둘러보라. 질서와 정의를 이야기하고 상경하애의 윤리를 이야기하고,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하고, 나라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무조건 보수꼴통으로 매도하여 버린다.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위하여 개혁이 필요하다면, 보편적인 질서와 가치를 위하여 보수도 필요하다. 서로의 보완과 협력을 통한 상승적인 발전이 필요한데도 절대로 양보도 화해도 없고, 용서도 타협도 없다. 정치판의 얘기만이 아니다. 온 사회의 구석구석이 다 그렇다.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올바르게 교육해야 한다. 가정도 사회도 학교도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인간다운 인간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고 보여 주어야 한다. 출세 제일주의가 아니라 정의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건전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이것만이 나라가 살고 사람이 사는 길이다.

↑↑ 윤중리
소설가 / 전 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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