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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를 따라간 오리 새끼
윤중리 소설가/전 고등학교 교사
2012년 07월 23일(월) 17:12 [경산신문]
 
어느 농장에서 오리 새끼들이 태어났다. 많은 조류들이 그러하듯 오리도 이 세상에 나와서 맨 처음 본, 움직이는 것을 제 어미로 아는데, 이걸 생태학에서는 각인이라고 부른단다. 그러니 이 오리 새끼들도 맨 처음 본 것이 농장 주인이었기 때문에 주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리 새끼들이 이번에는 다른 일꾼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오리 새끼들이 태어나던 날, 주인은 장화를 신고 있었고, 그 장화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저희들의 어머니인 줄 알고 따라다녔는데, 이번에는 그 장화를 일꾼이 신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중요한 암시를 던져 주고 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오리 새끼는 아니다. 그러나 각인의 원리는 인간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보고 배우며 자란다. 그래서 왕대밭에서는 왕대가 자라고, 시누대밭에서는 시누대가 자란다고 하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한 인간의 재능을 계발시켜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지만, 공동체의 입장에서 보면 그 사회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갖게 하고, 그 사회의 질서를 배워 익히는 과정이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개인의 행복을 강조한다고 해도 사회적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 말하자면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질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의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면 결국 그것은 자신의 행복에 상처를 내는 칼이 되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따라서 후진들을 잘못 키우면 그 폐해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옳고 바르고 아름다운 삶의 표양을 보였는가? 우리는 당연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예, 그렇습니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 주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우리 동네 횡단보도. 신호를 위반하는 것은 자동차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몇 대나 신호를 어기는가 싶어서 한번 헤아려 보았더니 신호 한 번에 무려 일곱 대의 자동차가 위반을 했다. 아파트 구석구석에 널린 쓰레기, 곳곳에 버려진 개 똥, 자동차 운전석에서 밖으로 날아 나오는 담배꽁초. 개를 기르고 싶으면 똥이나 처리하든지,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꽁초나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텔레비전을 켜 놓고 있으면 이 나라가 온통 도둑과 사기꾼들의 천국 같다. 정치판은 또 어떻고? 진흙 밭에서 뭐 싸우듯 끝도 없이 물고 뜯는 꼬락서니를 보면 저 사람들이 정말로 우리 국민의 대표자들인가 의심스럽다.

어느 날 아침. 텔레비전에 나온 한 여교수, 미국의 유수한 대학의 교수인 이분의 말 한마디는 큰 충격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옆에 앉은 사람이 ‘자살’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정답은 뜻밖에도 ‘부정행위(컨닝)’였다. 미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보는 눈이 이렇다. 아직 나이 어린 학생들이라고 해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물론 자신이 져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은 어른들이 잘못 가르친 결과가 아니던가?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정의와 질서를 가르친 적이 있는가? 품격 높은 도덕적 삶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우리 아이들을 때 묻은 장화를 따라가는 오리 새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도덕성과 정의로움, 질서와 화합이 어우러진 사회로 인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불편하고 귀찮지만 먼저 우리 어른들이 삶의 모습을 깊이 반성하고 올바른 길로 고쳐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살고, 나라가 살고, 우리의 미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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