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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비용
2016년 08월 08일(월) 10:38 [경산신문]
 
‘손 안에 있는 새 한 마리가 숲속에 있는 두 마리 새보다 값어치가 있다’

영어를 배울 때 알게 된 속담이다. 내가 손에 잡고 있는 새 한 마리가 숲속에 날아다니지만 손아귀를 벗어난 두 마리보다 훨씬 더 귀중하다는 말이다. 손 안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숲속에 수 십 마리의 새가 있더라도 내 것이 아니다. 운이 좋으면 몇 마리를 잡겠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탕을 칠 수도 있다. 동서고금, 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들의 생각은 매우 비슷하다.

직장생활을 하면 보통 ‘3-3-3’이라는 말을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3일, 석 달, 3년 안에 그만둔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그 직장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 보통 대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 하더라도 정책결정을 하는 자리에 올라가려면 최소한 10년은 근무해야 한다. 상관의 눈치도 봐야하기에 일이 없어도 직장에 잡혀 있고. 처음 취업하여 근무하게 되면 상명하복이 뚜렷한 직장문화에 다소 놀란다. 남자라면 대부분 군대를 마치고 취업하겠지만 군대와 비교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관에 복종하는 그런 것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고 싶어도 그럴 용기나 모험심이 없는 게 대부분의 직장인이다. 사업을 하여 월급쟁이 생활을 할 때보다 연봉이 많은 사람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런 통계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어림짐작해보면 10%가 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불확실한 모험보다 안정을 매우 선호한다.

그렇다면 정교한 수학 모델을 흔히 사용하는 경제학은 모델을 돌릴 때 불확실성을 제대로 감안하여 결과에 반영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보통 경제학 모델은 단순화하여 여러 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모델을 돌린다. 예를 들자면 경제인(호모 에코노미쿠스)은 물건을 살 때 비용과 이익을 냉철하게 따져 행동한다. 하지만 이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질러 신’이 내려오면 자신도 모르게 수만 원, 수십만 원짜리 충동구매를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이 지난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나머지 27개 EU 회원국들과 협상을 벌여 정식으로 유럽연합을 탈퇴하기 전까지 영국은 여전히 EU 회원국이다. 그런데 탈퇴 협상이 얼마나 걸리고 탈퇴 후 영국이 EU와 무슨 관계를 맺을지가 매우 불확실하다. 탈퇴 협상은 아무리 빨라야 앞으로 2년, 혹은 2년 반이 소요될 듯하다. 탈퇴 후 영국과 EU와의 관계는 여러 모델이 있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영국 경제는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영국은 수출보다 수입을 훨씬 더 많이 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들이 영국에 자본을 투자하여(외국인 직접투자) 영국의 무역적자를 메워준다. 그런데 영국이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전인 올 상반기 외국인들의 영국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다. 올 후반기에는 이 투자가 더 감소할 전망이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영국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영국 기업들도 국민투표 결과 후 신규 채용을 줄이고 투자 시행도 늦추고 있다. 불확실한 시기에 대비하여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듯이 경영을 하는 기업이 많다.

영국인들은 매우 실리적인 사람들이다. 민족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거창한 이념보다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판단을 하는데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사람들이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인 EU를 버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만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 이민문제의 민감성, EU 탈퇴파들은 계속하여 집요하게 거짓말을 했다. EU에서 탈퇴하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을 무시한 정부에 국민들은 EU 탈퇴/잔류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선택해 기존 정치권을 징벌했다. 불확실성을 선택한 영국인들이 과연 장밋빛 미래를 이룰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안병억
국제정치학박사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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