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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똥가리’ 하영란 씨
2016년 10월 10일(월) 09:51 [경산신문]
 

ⓒ 경산신문

몽당연필처럼 공방에서 나오는 나무똥가리도 쓸 데가 있다. 떠돌이 길냥이들의 엄마, 성교육 강사, 시민기자,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나무똥가리 하영란(42세, 사진) 씨를 이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영란 씨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대구 효목동으로 이사 왔다. 전산과의 후신인 경영정보과를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종합건설 감리회사. 입사하자마자IMF가 시작돼 첫 직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음 맞는 5명이 100만원씩 보증금을 만들어 홈페이지 제작업체인 ‘씨알소프트’를 창업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협동조합이었다.

씨알소프트는 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시의원이나 시장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일을 했다. 포털업체인 구미넷과 계약해서 구미시의원 후보자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처음에는 계약금액의 73%를 받기로 했지만, 계약 단계에서 33%로 절반 이상 깎여버렸다. 어느 정도 일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영란 씨가 직접 나섰다. 결과는 대만족, 상주시장과 시의원 후보 전원의 홈페이지를 제작키로 계약이 성사됐다.

그러나 돈이 되자 마음이 변했다. 대표와 디자이너가 분가를 해버렸다. 다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영란 씨는 개인회사인 ‘나코리아’를 창업했다. 쇼핑몰을 제작해주고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승승장구였다. N검색 3, 4위를 찍던 회원 5만명의 화장품 쇼핑몰을 회원 1인당 1000원에서 5000원까지 거액을 주고 인수했다. 사업이 탄력을 받자 액세서리, 옷가게로 진출했다. 옷가게는 디자이너까지 두었다.

그러나 화장품 판매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업계의 유통방식에 환멸을 느낀 영란 씨는 재포장, 라벨 없애기, 제조 일련번호 지우기 등을 하지 않겠다고 고객들에게 공언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온라인 화장품 유통은 다단계보다 더 무서웠다. 결국 자정 선언 1년 만에 벌어놓았던 전 재산을 날리고 손을 뗐다.

43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빚을 갚고 나니 수중에 300만원이 남았다. 그러자 고혈압이 찾아왔다. 경산에 사는 언니가 아이들을 봐줄 테니 들어오라고 했다. 그렇게 사동에 원룸을 얻었다. 간간이 프리랜서로 홈페이지 제작을 하면서 남편이 평소 하고 싶어 하던 가구 공방을 열었다. 월세로 들어간 공방이 매물로 나오자 6개월 준비한 끝에 매입, 지금의 호두나무공방을 꾸몄다. 사동에서는 소품 디자인가구를 제작하고, 반야월에서는 장롱을 비롯한 가구 전 품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는 공방에 올인, 서문시장 안 가구점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5만 5000원짜리 스툴 100개를 납품하기도 했다. 공방이 안정되자 영란 씨는 지역사회로 눈을 돌렸다. 경산공설시장을 살리는데 일조키로 하고 ‘마을커뮤니티 창꼬’에 합류했다. 경산여성회 성교육 강사, 지역신문 시민기자, 사동성당 생명존중주간 캠페인 등에 참여하면서 지역공동체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10여년 전 한국동물보호협회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과정에서 알게 된 수의사와의 인연으로 공방 주변 길고양이 10여 마리를 돌보고 있다.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도 4마리나 해주었다.

“주변에 계시는 분들이 멸치대가리를 공방 앞에 갖다놓기도 하시는데 아마도 저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그러신 것 같아요. 그래도 염분이 있는 사람 음식은 먹으면 안 되니까 사료만 주고 있습니다.”

쇼핑몰 사업을 접으면서 생긴 고혈압을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10㎞, 하프를 거쳐 오는 27일 열리는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정도로 발전했다. 주3회 달리기에 이어 최근에는 주3회 배드민턴을 시작해 친구들에게 운동중독이라는 소리까지 듣지만, 사내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서는 체력유지가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 키우는 일, 나무공방 일, 시민기자, 성교육 강사 모두 앞장서서 하지는 못하지만 버려지는 나무똥가리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최승호 기자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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