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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 건물의 득과 실
2017년 11월 30일(목) 10:14 [경산신문]
 
필로티 구조란 20C초 프랑스 건축가 토니가르니에의 「산업도시」에서 처음 제시되어, 1922년 근대건축의 거장 르꼬르뷔제 ‘근대건축5형식’을 통해 확립된 건축형식이론 중 하나이다. 산업혁명이후 건축의 재료와 공법의 획기적 발전으로 건축양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콘크리트 평지붕에 의해 박공지붕에는 없던 옥상이 생겨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해졌다. 르꼬르뷔제는 건물의 옥상을 활용함으로써 건물 때문에 사라진 1층의 부분을 원래의 땅과 자연에게 되돌려주고자 했다. 이것이 필로티의 원래 목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벽 없이 기둥으로만 된 다가구주택의 주차장으로 일반에 더 잘 알려져 있다.

필로티 건물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단독주택 재건축이 활성화된 지난 2000년 전후다. 당시 오래된 단독주택들은 재건축을 통해 사업성이 큰 다세대, 다가구주택으로 지어졌다. 따라서 2002년 다가구, 다세대주택의 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하였으며, 지하주차장보다는 1층을 기둥만 남기고 비워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공법과 경제면에서 더 선호되었다. 이 필로티 구조는 협소한 도시공간에 개방감을 줌과 동시에 부족한 골목 주차공간의 해결책이라는 긍정적 측면에서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필로티 건물의 구조적 안전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지난 11월 15일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건물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뉴스를 통해 필로티 다가구주택의 피해사례가 크게 보도되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이론적으로 정상적인 시공법에 의한 필로티 구조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다만 비정상적 시공과 내진설계의 부재가 문제를 키웠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최근에는 3층까지 강화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내진설계는 5층 이상에만 적용되어 있었다.

도시형 필로티 건물은 구조적 문제 외에도 사회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도시와 마을의 길과 골목은 도시에서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공간이자 장소여야 한다. 길과 골목은 사람들의 사적 일상이 공공 또는 사회로 연결되는 가장 밀접한 공간이다. 즉 가로의 1층 부분에 접한 상가나 주택의 창들은 길과 골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 대한 마을감시자 역할을 은연중에 해옴으로써 마을의 안전을 지켜주는 지극히 공동체적인 마을방범망이었다. 이웃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고 있는가. 이웃의 자녀들이 안전하게 귀가하고 있는가.

가로 건물의 1층 부분은 개인에게서 공공으로 열려진 감시창으로 개인이 공공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참여로 관찰, 관망이라는 공적행위가 일어나는 곳이다. 가로의 1층에 상가가 있고 주택의 창문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가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요소는 감소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지만 항상 주변을 관찰하고 감시하고 우리라는 마을의 안전을 사적인 입장에서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시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나 가로의 필로티 건물은 우리의 골목을 안전하게 지켜주던 파수꾼들을 더 사적인 공간으로 숨겨버렸다. 2층 또는 3층에서의 관망은 의미가 다르다. 이는 자신을 철저하게 숨긴 채 이루어지는 비적극적 관망이다. 따라서 1층에서 상가의 유리를 통해, 주택의 창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길과 골목으로서 관망이야말로 개인이 가지는 최소한의 공공적 행위의 표출이자, 사회에 대한 참여인 셈이다.

필로티 건물에 의해 길과 골목의 감시자들이 사라져간다. 우리의 길과 골목은 더 이상 공동체에 의해 안전을 보장 받지 못한다. CCTV가 나을지 이웃의 눈이 나을지는 살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정수
공학박사 / LJS도시건축연구소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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