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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와 의료계
2018년 10월 09일(화) 13:39 [경산신문]
 
지난 봄, 남북의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분단 경계선을 넘나들며 친분을 나누더니 마침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굳게 잡은 손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이 전파를 타고 온 세계에 알려짐으로써 전쟁 없는 한반도에 이어 통일로 가는 긴 여정은 비가역적인 대세가 되고 말았다. 겨울이 오면 김정은 위원장 내외가 담아 온 백두산 천지물이 한라산 백록담 물과 합수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단풍은 이미 백두대간을 타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연설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 민족은 5,000년을 함께 살아왔고, 겨우 70년을 헤어져 살아온 것일 뿐, 앞으로 억만 년을 함께 살아야 할 한 민족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70년의 세월이 사고와 문화의 간격을 벌려놓은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평양을 방문하였을 때 동행했던 수행원 중에 남측 경제계 인사들이 포함된 것은 북측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경제개발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 외 문화·예술·체육·노동계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앞으로 서로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문화교류 활성화의 포석으로 보인다.

사실 짧은 일정 중에도 남북 사이의 간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여러 번 노출된 적이 있다. 김정숙 여사가 가수 지코를 소개하면서 “이번 방북인사 중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리설주 여사가 “핫한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젊은 연예인의 ‘창씨개명’은 대세다. 이름만 들어서는 지코와 알리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다.

평창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의 남북단일팀끼리의 대화에서도 한국선수와 한국 사람에게는 국어처럼 익숙한 ‘컨디션’이란 말을 알아듣지 못해 뜨악해하는 북측 선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서로간의 간격을 좁히고 소통을 가능케 하는 문화교류는 통일을 위한 여정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 방북 수행원 중에는 남북한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의료계 인사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의료계 인사가 빠져 있었던 것이 한층 더 도드라져 보인 때는 김정숙 여사와 북측 리설주 여사가 소아병원을 방문했을 때이다. 리설주 여사가 북측의 보건의료 분야가 낙후되어 있음을 솔직히 고백할 때 화답할 수 있는 남측의 의료계 인사가 없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남북이 교류를 한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물론 남측 지원 중심의 교류였지만 통일의학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교류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동안 단절되어 버린 것이다. 각 분야에서 끊어진 교류가 하나 둘 다시 이어지는 마당에 의료계만 여전히 교류가 단절되어 있는 이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북한은 외부의 의료지원이 절실한 실정일 텐데 의료계가 이를 외면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방북 수행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 인사가 빠진 속사정을 알 수는 없으나 만약 문재인 정부와 의사협회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탓이거나 의사협회의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은 탓이었다면, 지역의사회와 지방정부가 합심하여 지역 차원의 교류를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북측에서도 보건의료수준이 낙후된 곳은 아무래도 지역일 테니까. 평화를 위한 인프라에 보건의료가 빠질 수는 없다.

김진국(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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