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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뒤
2019년 11월 14일(목) 10:40 [경산신문]
 
대학입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뒤 사회적 합의나 결론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2019년도 대입수능이 치러졌다. 지금부터는 모든 수험생들이 수시와 정시 사이의 가능성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펼치게 되겠지만, 시험성적 하나로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정시를 확대하고 학종을 개선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가 수도권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런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어두운 현실에서 교육현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현실에서 학종이든 정시든 어떤 입시정책을 채택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교육당국이 입시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았다는 정책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어떤 면에서는 서울 안에서 강남구와 비강남구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당장 집값만 보더라도 그렇다. 서울의 집값은 지방에 사는 사람이 볼 때는 현실감이 없을뿐더러 상상력조차 미치지 못하는 범위에서 널뛰듯 하고 있다. 그래서 집값 때문에 변방으로 밀려나와 지옥같은 출퇴근길을 감내하고 있는 서울 사람들을 위하여 정부는 또 아파트를 쏟아 붓고, 땅 위아래로 길을 넓히고 철도를 깐다고 법석이다. 그런다고 해서 수도권의 출퇴근길이 얼마나 쾌적해질지 의문이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난리법석이 벌어지는 틈새에서 이속을 챙기는 무리는 따로 있다는 것. 지금까지 그런 임기응변식 땜질처방 때문에 수도권은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공룡이 된 것 아닌가.

이제 수도권이라는 괴물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볼 시점이 되었다. 학종이든 정시든 ‘인 서울’에 성공한 뒤 천신만고 끝에 대학을 졸업한 지방출신의 청년이 서울에서 직장을 가졌다 하더라도 강자독식의 수도권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상상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숨도 쉬기 어려운 ‘지옥철’을 한 시간 이상 타야 되는 출퇴근길은 기본이고, 햇빛 드는 창이 있는 작은 방 한 칸 얻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월급쟁이가 월급으로 수도권에서 집을 장만하겠다는 생각은 실현 불가능한 망상에 가깝고, 사랑에 이은 결혼은 거저 가슴 속 꿈으로만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묻는 거다. 과연 ‘인 서울’이 진정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관문을 통과하는 것인가. ‘인 서울’만 하면 걱정 끝! 행복 시작인가? ‘인 서울’한 학생의 수로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는 교육책임자들 답해 보라. ‘인 서울’ 만이 지방의 청년들이 가야할 유일한 길인지를. ‘인 서울’ 못한 학생들은 모두 인생의 패배자들인지를.

지금 우리 사회의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머무는 곳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교육이다. 지금 내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그래봤자 그런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능력을 발휘할 자리와 기회가 지방에는 없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자리와 기회를 만들라고 시민들은 정치인을 뽑고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아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거다. 시민들은 그런 능력과 의지가 없는 정치인은 선거에서 투표로 교체하면 된다.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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