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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기다리다
2019년 11월 14일(목) 10:42 [경산신문]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고 말했잖아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우우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그대 말을 철석 같이 믿었었는데 찬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가수 이적의 노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가사다.

70년 대 80년대까지만 해도 먹고 사는 입 하나를 덜어내기 위해 아이를 버리는 일이 있었다. 몰래 남의 집 앞에 어린 아기를 놓고 온다거나 잘 키워달라는 쪽지와 함께 교회나 고아원에 버리는 시대가 있었다. 초등학교도 못 들어간 아이를 애 보기나 식모로 보내고는 생사가 끊긴 경우도 더러더러 있었다.

그날도 아이는 소풍을 가는 줄로 알았을 것이다.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새 옷을 입고 풍선도 손에 들고 배불리 먹어보지 못한 밥도 배부르게 먹고 엄마 손 잡고 사람 많은 유원지에 갔을 것이다. 맛난 과자와 풍선을 손에 쥐고 아이는 행복했을 것이다. 여기 있어 라는 말을 믿고 사람들 틈 속으로 사라진 엄마를 설레며 기다렸을 것이다. 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사람들은 비워지고 그러다 캄캄함 밤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다 무서움에 울었을 것이다. 작고 나약한 아이는 몸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엄마가 길을 잃고 자신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애타게 찾아 돌아올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이러한 배경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하고 어린 영혼이 텅 빈 자리 캄캄한 어둠속에 홀로 거짓말을 기다리는 땅, 인간에 의해 버려진 것들의 눈은 그 눈을 닮는다. 버려진 것들의 눈을 렌즈에 담으면 어디서 이런 눈이 지상에 왔는지, 그 무표정 속에 천 개의 우물이 들어있다. 인간의 시력이 당도할 수 없는 소실점으로 닿는 그 눈이 내가 다 뉘우치지 못한 죄처럼 찍힌다.

어느 한 곳 하염없이 앉아있는 개가 있다. 비를 맞고 눈을 맞으며 몇 년을 그렇게 앉아있었다는 개도 있다. 차들이 다니는 위험한 도로에서 혹은 인적이 드문 외딴 도로에서 하염없이 앉아있는 개들이 종종 있다. 분명 그곳에서 버려진 것이다. 그들의 그리움은 조건이 없이 맹목적이니까.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거짓말을 기다라며 밤늦도록 떨며 기다리듯 그 지점에서 이들의 시계는 멈추어 있다. 어쩌면 버려진 것을 알고도 그곳에 다시 올 거라고, 혹여 엇갈릴 길을 놓칠까봐 털이 누더기가 되어갈수록 누더기가 되어가는 사람의 말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지나가는 차들마다 들여다보거나 특정 차량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드는 그 무모하고 바보 같은 충성으로.

경산에서도 외곽지 외딴 어느 길가 한 곳에 두 마리 개들이 늘 앉아있다. 좀 더 안전한 길 옆 숲으로도 밭으로도 가지 않고 늘 그곳에 앉아있다. 승용차가 지날 때마다 일어나 목을 빼며 다가오거나 도로를 뛰어들어 차 안를 들여다보려 한다. 차들을 따라 달리다가 다시 돌아와 여전히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다 한다.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그대로 앉아 지나가는 승용차에 반응한다 한다. 선량한 누군가 물과 밥을 놓아두었다. 비바람을 피할 집까지 가져다 놓았다. 그러나 그 두 녀석의 자리는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그대로 앉아 여전히 도로변 승용차가 지나는 것을 바라보는 길가다.

여기 있어 곧 올게 라는 말을 믿고 이 먼 외딴 길 까지 소풍 온줄 알고 어느 승차로 왔을 것이다. 누군가의 반려였던 증언으로 입혀진 옷이 남루하고 비루하다. 바람이 점차 차다. 찬바람에 녀석들의 길도 얼어버리지나 않을지.

위험을 무릅쓰는 바라기를 왜 애초부터 허용했는가. 내 새끼니 엄마니 딸이니 아들이니 거짓말로 부여한 인격에 그들은 야성을 놓아버리고 그대들의 혀에 묻은 더러운 독을 핥으며 그 근본 없는 거짓된 결속을 이토록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만 것이니. 이들이 과연 보신할 음식인가.

추영희
교사, 시인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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