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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戰爭)과 다람쥐 2
문학_삶과 사람의 무늬 <63>
2019년 08월 22일(목) 11:38 [경산신문]
 
그런데 이날 밤만은 그 걱정 때문에 자꾸만 우울해지는 것이었다. 또 한바탕 신호탄이 날고 총소리도 콩볶듯 들려왔으면 싶었다.

저 앞산 발치, 달빛이 내리깔린 신작로에는 자동차의 행렬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불도 켜지 않고 묵묵히 그것들은 지나가고 있었다.

욱은 다시 눈을 끔뻑이었다. 아리한 눈시울에 밤기운이 축축하게 스며들었다.

마당 건너편, 생나무 울타리의 어둑신한 그늘 속에서 북슬개 한 마리가 기어나와 목방울을 딸랑딸랑 울렸다. 해맑은 달빛이 잔등의 복스러운 털 위에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그 달빛이 구름에 가리워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자 개는 몇 번 하늘을 향하여 콩콩 짖었다. 그러고는 마당을 건너 욱에게로 다가왔다.

마당 건너편, 생나무 울타리의 어둑신한 그늘 속에서 북슬개 한 마리가 기어나와 목방울을 딸랑딸랑 울렸다. 해맑은 달빛이 잔등의 북스러운 털 위에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그 달빛이 구름에 가리워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자 개는 몇 번 하늘을 향하여 콩콩 짖었다. 그러고는 마당을 건너 욱에게로 다가왔다.

고개를 갸웃이하고 빤히 치어다보는 개를 욱은 덥석 끌어안았다.

체온이 따스했다. 그러고 보니 좀 추운 것 같아 그는 개를 안고 일어섰다. 댓돌 위에 올라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열려져 있는 부엌문으로 불빛이 흘러나와 마당 한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욱은 그리로 다가갔다.

별빛이 쓸리는 듯한 바람이 불어 나무 울타리의 그림자들이 흔들렸다.
조금 더 추워지는 것 같았다. 가슴속이 이상해지고 무언가가 자꾸만 목구멍을 넘어올 것만 같아 욱은 입을 꾹 다물었다.

부엌 안은 한참 분주한 때였다.
욱의 어머니와 동네 아낙 몇이서 주먹밥을 만들고 있었다. 뚜껑을 열어놓은 채로 둔 커다란 쇠솥에서는 흰 이밥이 김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아낙들은 소금물에 손을 적셔가며 주먹만한 크기로 밥을 뭉쳤다. 부엌바닥에 놓인 대소쿠리엔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밥덩이들이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그것은 오늘밤 동안 이 마을에 머무르게 된 군인들에게 분배할 밥이었다. 그들은 마을의 모든 사랑방과 교회당과 제실, 그러고도 남은 사람들은 방공호 속에까지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종일토록의 고된 행군에 솜처럼 풀어진 몸뚱이들을 밤새도록 붐비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주먹밥 한 덩이씩을 받아들고 다시 남쪽을 향하여 떠날 것이었다.
그러면 저녁에는 또 다른 일행이 밀려들 것이었다.

그것은 매일 밤 계속되었다.
이미 수천, 수만의 군인들이 이 마을을 거쳐갔다. 앞으로도 얼마나 계속될지를 알 수 없었다. 이렇게나 많은 군인들이 남으로 후퇴해 가는 걸 보면 싸움은 이미 뻔한 게 아닌가고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 했다. 동장, 구장, 반장 그리고 몇몇 유지들은 군량미를 타다가 그들 후퇴병의 뒷바라지를 해주면서도 안으로는 피난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욱은 언젠가 한번, 구장인 아버지를 따라 그들이 들어 있는 교회당엘 가본 적이 있었다. 그 널따란 교회당이 터져나도록 온통 군인들이 차 있었다. 하나같이 거지 같은 입성을 하고 먼지와 땀이 뒤범벅이 된 얼굴에 눈알만 반들거렸다. 그 중에는 상처난 몸을 가누지 못하여 혼잡한 마룻바닥에 마냥 쓰러져 누운 사람도 있었다.

동네 장정 몇이 주먹밥을 날라왔다. 그러자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아졌다. 아버지가 그들에게 무어라고 짤막한 연설을 했다. 한 사람 앞에 꼭 하나씩, 그러지 않고 만약 두 개를 받는 자가 있다면 다른 한 사람은 굶게 된다는?아마도 그런 뜻의 말인 것 같았다.

마침내 밥을 분배하기 시작했다. 허기진 손들이 밥덩이를 움켜 쥐었다. 침으로 입술을 축여가면서 그들은 정말 맛나게 먹었다. 뒤에 있는 사람들이 밥을 받기도 전에 앞에 있는 사람들은 벌써 손바닥에 묻은 밥풀을 따고 있었다. 욱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집으로 돌아오기가 바쁘게 부엌으로 달려가 주먹밥 한 덩이를 쥐고 나왔다. 담그늘에 서서 그들처럼 입술을 침으로 적셔가며 먹어보았으나 영 맛이 없었다. 결국은 절반도 먹지 못한 채 내던지고 말았다. 그런 후론 주먹밥만 보면 그들이 생각났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보다 다른 걱정이 더 앞섰다. 그건 얼마나 배가 고플까. 욱은 자꾸 목이 메이는 듯했다.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던 욱의 어머니가 그를 쳐다보았다.

“와? 잠이나 잘끼지 와 그래 나왔노?”

욱은 아무말도 않고 부뚜막에 쭈그리고 앉았다. 풀기없는 눈으로 아낙네들의 밥 뭉치는 손만 멀거니 바라보았다. 김을 피워올리면서 여러 개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름기 흐르는 밥
덩이가 금시금시 만들어졌다.

“어데가 아픈갑다. 아가 억시기 기운없어 빈다.”

욱의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아낙네가 그렇게 말했다.
욱의 어머니는 일손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욱은 어머니를 마주 바라보면서 머리를 저었다.

“그러마. 와?”

욱은 역시 말이 없었다. 대소쿠리에 그득히 담겨 있는 밥덩이 위로 시선을 힘없이 떨구었다.

“아?, 이거 하나 묵고 싶어 카는구나.”

그 아낙이 주먹밥 한 덩이를 내밀었다. 욱은 그것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기운없
이 받아들었다.

“진작 그렇게 말할 끼지, 아도 참.”

아낙은 거 보란 듯이 만족스레 웃었다. 욱의 어머니도 빙그레 웃고는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갔다.
욱은 자꾸만 서글퍼졌다. 밥덩이를 입으로 가져가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그만 앙 하고 울어버리고 싶었다. 입안에 든 밥알을 혀로 굴리면서 밥덩이를 개에게 통째로 물려주었다. 개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냉큼 받아 삼켰다.

“참 배가 고플 끼라.”

욱은 부엌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저 앞 산등성이에서 신호탄 하나가 어두운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동하

 
ⓒ 경산신문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쟁과 다람쥐’ 등단
보관문화훈장 제9회 무영문학상
김동리기념사업회 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 회원
gsinews@gsinews.com
“경산신문은 경산사람을 봅니다. 경산사람은 경산신문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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