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 기사쓰기 | 전체기사보기
교육 복지 여성 사건/사고 사회일반 행정 의정 정치일반 농업 생활경제 지역경제 경제일반 공연전시 생활정보 스포츠 문화일반 동정 경산사람 미담 독자마당 칼럼 사설 만평 시큰둥만화 시민기자 임당발굴 30주년 특별기획 경산미래농업, 해답을 찾다 지난 기획특집 바람직한 역사공원 조성 모델을 찾아서 도농교류, 농촌체험관광 지역살리는 협동조합 재래시장 탐방기 그림 그리는 의사 임종식의 경산이야기 지상인문학강의 경산인물열전 현방탐방 구술로 푸는 경산 100년사 일본 생협 슬로카페를 가다 현장탐방 경산 대표음식 특집 지역소식 경산 도시건축의 생애사 이제는 탈핵이다! 독서감상문대회 천작가의 it book, it movie 카드뉴스 쏙쏙뉴스 계남마을 시인의 농사편지 미디어 리터러시 (공동기획취재) 최승호의 뉴스브리핑
최종편집:2019-10-10 오전 11:08:37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시민기자
뉴스 > 문화일반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전쟁(戰爭)과 다람쥐 5
문학_삶과 사람의 무늬 <66>
2019년 09월 19일(목) 10:59 [경산신문]
 
자그마한 산등을 둘이나 넘어, 군인과 피난민들로 혼잡한 대로를 거슬러올라 마침내 학교에 이르자 욱은 걸음을 멈추고 교문께를 눈주어 보았다.

역시 교문을 지키고 있는 사나이?그러나 어제의 그 거인은 아니었다. 얼굴이며 손이 온통 새까만 검둥이다. 철모 아래 허연 눈알이 번뜩인다. 소름이 쭉 끼친다. 사람 같지가 않다. 어떤 도깨비가 옷을 입고 총을 메고 저렇게 떡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 툭 튀어나온 두툼한 입술이 영락없는 돼지 주둥이다. 그것이 쩍 벌어지더니 하품을 한다. 새하얀 이빨이 아침 햇빛에 반짝인다.

욱은 제물에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고는 잔뜩 몸을 사렸다. 아무래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저 검둥이는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다. 그게 또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흡사 욱을 보고 아앙, 하는 것만 같다. 햇빛에 번뜩이는 이빨이 몸서리쳐진다.

욱은 무섭기도 하고 다람쥐가 걱정되기도 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어제처럼 다가가 볼 용기는 아예 나지 않았다. 저 귀신 같은 검둥이보다는 차라리 어제의 그 거인이었으면 싶었다. 그랬더라면 내어쫓길 각오를 하고 다시 한번 얼씬해 보는 건데, 저 검둥이놈은 잡아묵을라 칼 끼라 싶어 욱은 도시 가가이 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서 어서 다람쥐를 구해 내야만 한다. 그래서 산에 놓아주어야지. 다시는 잡지 않을 끼라. 욱은 애가 탔다. 검둥이를 원망스레 바라보다가, 학교의 무성한 탱자 울타리를 흘겨보다가,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다가 해보았으나 아무래도 신통할 수가 없었다. 소리내어 앙앙 울고만 싶어졌다. 다람쥐가 죽고 있단 말이다, 다람쥐가. 그때 학교 안에서부터 한 사람이 나오고 있었다.

얼른 보아서도 자그마한 몸집, 붉은 안색이 양놈은 아니었다. 야, 우리 나라 사람이다, 하고 욱은 속으로 외쳤다. 군복은 걸쳤지만 군인은 아닌 것 같았다. 계급장도 명찰도 아무것도 없었다. 위는 숫제 맨머리 바람이었다. 까맣고 윤이 나는 머리털이 이마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검둥이와 무어라 무어라 지껄이더니 함께 웃었다. 그러고는 한쪽 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교문 밖으로 나섰다.

욱은 무턱대고 달려가 그 사람의 옷자락에 매달렸다. 흡사 엄마의 치마폭에 엉겨들 듯 그의 군복 소매를 꽉 부둥켜안고 울음섞인 목소리로 애걸했다.

“아저씨요, 아저씨요, 내 다람쥐 좀 찾아주이소. 다람쥐가 시방 죽어 가고 있심더?.”

그는 의아한 얼굴로 욱을 내려다보았다. 밑도 끝도 없이 너무나 돌연한 말에 그는 어리둥절해진 모양이었다. 반듯한 이마 아래 두 눈이 빛났다.

“학교 안에 있어예. 나는 몬 들어가게 합니더. 아저씨가 좀 찾아주이소. 펀뜩 안하마 죽어삐리예?.”

욱은 하고 싶은 말을 한꺼번에 주워섬기느라고 갈팡질팡했다. 목도 꺽꺽 메고, 눈물도 나고 하여 말이 잘 흘러나오지가 않았다. 이 사람을 놓쳐 버리면 그 불쌍한 다람쥐는 영영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한사코 매달렸다.

“얘, 진정하고 좀 찬찬히 이야기해 봐.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는 두 손으로 욱의 어깨를 잡고, 자꾸만 횡설수설하는 말을 막았다. 그러고는 눈을 빛내어 욱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자초지종을 차근차근하게 물었다.

“그래, 그 다람쥐를 어디에다 두었단 말이지?”

그는 욱의 손을 잡고 교문 앞으로 나서며 다시 물었다. 검둥이가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욱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먼저 그 검둥이부터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가 두려웠던 것이다. 까만 얼굴 한복판에서 커다란 두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두툼한 입술이 꾹 닫힌 채 아무말이 없었다.

욱은 시선을 돌려 학교 안 운동장 저 건너 다람쥐가 있는 코스모스 밭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가리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소매 끝으로 눈물을 훔친 다음, 손을 들어 그쪽을 가리켰다.

“저어쪽, 코스모스 밭 복판에….”

그러다 말고 욱은 기절할 듯 놀랐다. 묵중한 불도저 한 대가 그 공터를 갈아 부치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절반쯤은 운동장처럼 말끔히 닦여 있었고, 그 자리에서 깎여나간 코스모스들이 흙과 함께 울타리 아래 쌓여 있었다. 지금 그 불도저가 막 깎아 나오고 있는 부분은 바로 다람쥐가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아, 다람쥐가 깔려 죽는다!”

욱은 그렇게 외치면서 사나이의 손을 뿌리치고 미친 듯이 달려갔다.

“수돕! 수돕! 다람쥐가 죽는다. 수돕.”

욱은 마구 고함을 지르면서, 텐트와 자동차가 늘어서 있는 운동장 한복판을 달려갔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욱은 다람쥐를 외치면서 그냥 달렸다.

어룽어룽한 눈앞에 분수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햇빛이 일순 확 타올랐다. 고막을 울리는 총성을 들으면서 욱은 허공을 짚고 픽 쓰러졌다. 새까매진 하늘이 한바퀴 휘그르르 돌고, 빨간 태양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그러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무거운 구둣발소리가 귀를 어지럽게 하고, 어떤 밝은 빛이 눈알을 쓰리게 했으며, 또 몸뚱이의 어디인가 몹시 아픔을 느끼면서 욱은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는지, 욱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주위가 어둠침침했다. 야트막하게 드리워진 녹색 천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천막 속이었다. 미병사(美兵士)들이 여럿 서성거리고 있었다.


욱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낮선 얼굴들 중에서 예의 그 한국인을 찾아냈다.

“아저씨요, 내 다람쥐!”

욱은 침대에서 몸을 벌덕 일으키며 외쳤다. 다리가 몹시 아팠다.

“내 다람쥐는 우쨌읍니꺼?”

그 사람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욱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얀 이마 아래 까만 두 눈이 빛났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한참을 쏘아보고 있더니 어금니를 질겅질겅 깨
물었다.

“아저씨요, 다람쥐 좀 찾아주이소, 예. 다람쥐요. 그양 놔두마 죽심더, 죽어삐리예.”

그는 또 이를 깨물더니 돌아섰다. 곧 천막 구석에서 무언가를 집어왔다. 떨리는 손 끝에 달랑 매어달린 물건?욱은 두 팔을 내밀면서 기쁜 함성을 질렀다.

“그겁니더, 그거 맞심더!”

신주머니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욱이 성급하게 아가리를 열고 마침내 다람쥐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다람쥐의 몸은 이미 굳어 있었다. 부드럽고 색깔이 곱던 털은 엉망으로 구겨졌고, 복스럽던 꼬리가 나무 토막 같았다. 하얀 솜털이 부스스하게 돋아나 있던 주둥이 언저리도 이제는 딱딱한 나무껍질 같았다. 다람쥐는 이미 죽어버린 것이었다.

욱은 그 조그마한 시체를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다람쥐가 죽었다. 나 때문에 다람쥐가 죽었다. 욱은 마구 몸부림을 치면서 울었다.
그 침대가에서 무심한 이방인들의 얼굴이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동하

 
ⓒ 경산신문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쟁과 다람쥐’ 등단
보관문화훈장 제9회 무영문학상
김동리기념사업회 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 회원
gsinews@gsinews.com
“경산신문은 경산사람을 봅니다. 경산사람은 경산신문을 봅니다.”
- Copyrights ⓒ경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산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경산신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복구 않고 변경허가로 연장' 석산..
“오랜 시간 지금처럼” 오렌지주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
정보센터, 2019 독서의 달 다독자 ..
‘태고의 신비’ 찾아 600㎞, 동해..
2019 경산시민독서감상문쓰기대회 ..
‘하양 코스모스 음악회’개최
경북도, 20년도 비점오염 저감사업 ..
2019 경북장애인파크골프 어울림생..
용성초, 주렁주렁 쏟아지는 땅속의 ..

최신뉴스

하자경만평  
장산중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독서..  
봉황초 학생회, 영천 호국원 방문..  
주민 욕구 해결을 위한 벽화 활동  
제8회 경산시롤러트랙대회, 한순익..  
2019 대련 승리연명 청소년국제 축..  
이상한 나라의 책  
형법상 과실과 인과관계  
경산, 부자도시 아니었나?  
주거복지와 사회주택  
2019 아이사랑 가족 대축제 개최  
임종식 경북교육감, 제54회 전국기..  
“이보다 더 이색적인 체험은 없다..  
제24회 경산시민의 날 기념 경축식..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사랑Up!Go..  


인사말 연혁 사업영역 조직도 편집위원회 편집규약 윤리강령 윤리실천 요강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광고/구독안내
상호: 경산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15-81-03551/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경안로 173(중방동) 2층 경산신문사 / 발행인.편집인: 최승호
mail: gsinews@gsinews.com / Tel: 053)815-6767 / Fax : 053)811-7889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다-1002호 / 등록일 : 2010.12.06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