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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속의 눈들
2019년 09월 19일(목) 11:02 [경산신문]
 
안전지대라는 그 자리가 그들의 위험지대였다.

경산 옥곡동 고가도로 아래 공영주차장 입구 왼쪽 안전지대에 항상 그 트럭이 있었다. 바로 옆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덜커덕 거리며 경부선 기차가 지나가고 고가도로 위 아래로 자동차들이 나드는 곳, 사람의 삶은 이토록 시퍼렇게 달리고 있는 곳에 정지된 삶을 탑재한 트럭이 성악설의 상징처럼 정차되어 있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는 모르나 일 년여 전부터 지속적으로 보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ㅇㅇ건강원이나 ㅇㅇ보신탕 앞에 아침마다 서있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사업지처럼 맡아놓은 자리, 두껍게 뒤집어쓴 검은 비닐천막 속 진실을 들추어 본 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닐천막 안과 밖은 철망 하나를 사이에 둔 생과 사의 경계였다. 천막 속에는 녹슨 뜬장이 6칸 장착되어 있고 개들의 울음이 녹슨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다. 대부분 개들은 울음조차 내지 못하고 두려움과 절망의 재갈이 물려져있다. 체념한 듯 바라보는 눈들은 사람의 눈을 마주하지 않으려 설핏설핏 피한다.

복날을 전후해선 비좁은 뜬장 안 밀도가 높았다. 덩치 큰 개들이 비좁게 여럿 구겨넣어져 큰 덩치만큼 웅크리고 있고, 웅크린 만큼 큰 용량의 두려움과 불안을 탑재하고 있었다.

이 많은 개들이 어디서 왔는가? 도대체 이 트럭은 어디서 이 개들을 수집해 와서 어디로 보내기 위해 이곳에 매일 주차시켜 놓는가? 볼 때마다 개들은 바뀌어 있다. 단순한 유통과 이동 수단이 아닌 모양새다. 트럭이 곧 사육장이고 미니 개농장 같았다. 항시 그 곳에 개들이 실린 채로 밤을 지내고 한여름 혹서와 한겨울 혹한에 노출되어 그 자리 그 뜬장에 구부리고 있었다. 거기서 지난 여름 폭염 속 비닐천막을 뒤집어쓴 채로 갈증과 허기를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다 알고 있는 듯한 허망하고 슬픈 눈은 인간이 흉내 내어 설정할 수 없는 눈이다. 그들이 무슨 용도로 이곳에 있는지 예감하고 있을 것 같은 눈빛들, 그 눈들을 대면하고서도 미처 어쩌지 못한 시간을 많이도 소모해버렸다.

이 엄연한 불법과 부당한 현장을 보고도 손을 댄다면 구조가 절도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 개들의 지위다.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물품으로 인정되는 이상한 해석이 동물에 대한 이 땅의 인식 수준이고 현 주소다. 이 개들이 과연 개트럭 개장수의 온당한 사유재산일까? 이 트럭의 부당함과 불법성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개들이 트럭 위에서 사람을 떨다가 먹이가 되는 날에서야 저 트럭 녹슨 뜬장을 내려올까.

혹한과 혹서에 노출하여 트럭의 뜬장에서 개를 사육한 것은 동물학대죄다. 사료나 물을 공급한 흔적은 없다. 뜬장의 한 케이지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겨우 삼키는 한 마리 개의 모습을 보았다. 트럭의 번호판은 영업용차량으로 등록된 노란색이 아니다. 사업자 등록과 축산물 유통 허가는 당연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차량 불법 개조와 안전지대 상습 주차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이 모든 사실은 사진 촬영하였고 이에 감사하게도 타지의 활동가와 시민들까지 민원과 고발에 함께 동참해 주셨다. 시청 담당자는 현장 확인을 하였으며, 동물학대로 차주를 경찰 고발할 것이라 했다. 경찰이 얼마나 제대로 된 법 인식을 가지고 이 항목들을 적용하여 수사하는지 주시할 것이다.

그 트럭은 그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은닉할 걸까? 그날의 그 개들은 어디로 갔을까? 특히 어린 주니어로 추정되는 작은 흰둥이의 눈이 가슴에 가시로 박힌다. 눈길을 사뭇 피하며 얼굴을 돌리는 어린 것이 사람에 대해 무엇을 경험하고 느낀 것인지 미동도 없이 물끄럼한 그 절망의 눈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굳이 저 슬픈 눈들을 말아드셔야 하겠는가.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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